미술치료 그림의 형식적 해석
그림의 크기는 그린 사람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대개 공간 사용 정도가 높은 것을 더 건강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아동의 정서가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하고, 극히 수동적이며,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는 아동들은 공간을 극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열등감이 심한 아동은 보상심리로 인해 인물을 크게 그릴 수 있습니다. 과잉 활동적이고 주의집중에 문제가 있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아동의 경우 도화지를 넘쳐 테이블 위에까지 색칠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공간을 사용합니다. 또한 경계나 한계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해서 대인관계 양상에서도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다른 사람의 일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항상 같은 위치에 그림을 그린다면 경직성이나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문제 해결 방식에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경직되어 있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이 있고, 의심이 많거나 회피적이고 변화에 둔감하기도 합니다. 도화지 중앙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정상적 발달 수준의 아동에게서 보이는 반응이며, 도화지 아래쪽만 사용해서 그리는 경우는 우울한 경향을 보이거나 일반화된 불안정감을 나타내므로 외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도화지의 위쪽에만 그림을 그리는 경우 아동의 감정이 흥분되어 있거나 들떠 있습니다. 도화지의 한쪽 구석에만 그리는 경우는 대개 부적절한 느낌이나 비관, 우울, 자기 비하나 우유부단, 의기소침하고 자신감이 없는 아동에게서 지주 볼 수 있습니다. 도화지의 가장자리만 사용하는 아동은 소극적이고 의존적이며 불안한 경우입니다. 이는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매우 낮고, 위축되어 눈치를 많이 보는 아동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그림 안에서 표현 대상을 얼마만큼 크게 그렸느냐는 그림을 그린 아동의 자아 강도, 그려진 대상의 영향력, 인지도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 그림 중 아빠보다 엄마가 유난히 크게 그려졌다면 실제 엄마가 몸집이 클 수도 있지만, 가족 안에서 엄마의 위치가 중요하거나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대체로 아동이 느끼는 각 인물의 중요도, 가족 내 심리적 위치 등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큰 그림은 공격적이고 과대망상적이며, 충동적인 성향의 아동에게 자주 볼 수 있으며 충동 조절이 어렵고 행동이 난폭한 아동, 반항적인 아동에게서 흔히 나타납니다. 반대로 아주 작게 그려진 그림은 불안감, 낮은 자존감과 과도한 방어기제, 부적절한 열등감 등을 가진 아동에게서 흔히 찾을 수 있으며, 의존적인 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에게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너무 병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하며, 아동의 발달적 개인차를 고려하여 진단과 해석을 해야 합니다.
미술치료 그림의 내용적 해석
아동의 그림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그림의 완성도와 전체적인 짜임새입니다. 그림의 완성도란 아동이 그릴 수 있는 만큼 다 그렸는지, 어느 정도 그렸는지 하는 정도인데, 자기 능력만큼 그렸다면 완성도는 높은 편이고,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것보다 덜 그렸다면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완성도가 낮은 그림은 아동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중간에 그만두었거나 대충 그린 경우인데, 이때 치료사는 왜 완성도가 낮은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며, 학교에서의 다른 과제 수행도를 파악하여 어느 정도인지 연결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아동은 표현 기법이 새롭거나 흥미롭고, 표현 주제가 생활과 익숙한 것이라면 완성도 높은 꼼꼼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 완성도가 높은 아동은 미술 활동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활동에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높은 성취 욕구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성취 욕구로 인한 집중된 완성인지, 아니면 아동의 내면 욕구가 표출되도록 자극된 주제였는지 확인하고 다양한 주제를 제시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며, 때로는 자유화를 그리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전체 짜임새를 보면 아동의 인지적 측면뿐 아니라 동기적 측면, 정서적 측면에서 통합력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림의 전체 짜임새가 질서정연하고 어떤 내적인 질서 상태를 유지하면 안정적이고 건강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반면,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태라면 주의집중과 사고력이 뒤떨어지며 성취동기가 낮거나 그리는 과정에 집중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전체 짜임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의 발달 단계를 먼저 파악하고 아동의 표현 특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전체 짜임새가 불안정하거나 떨어지는 아동은 다른 행동 특성에서의 관찰과 생활 측면을 종합하여 이해해야 하고, 간혹 갑자기 짜임새가 엉성하게 변화한 아동은 가족과 생활환경의 변화 등을 조심스레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을 이해할 때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아동의 그림에서 어떠한 부분이 독특한지, 생략된 부분은 어디인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아동에게 있어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생각하는 왜곡이나 생략은 그림의 발달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표현이지만, 지나친 강조로 인한 왜곡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거나 묘사되거나 다른 부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생략은 신체적 학대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의 그림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동의 그림에서 간혹 없어도 되는 부분을 그리거나,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이 빠진 경우에는 왜 생략됐는지, 왜곡된 부분과 관련된 갈등이나 걱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부분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연관이 있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아동에게 먼저 물어보고 유의해야 합니다.
아동이 무엇을 반복해 그리는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제가 반복되면 그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반복해서 그려지는 대상이나 반복적인 상황 묘사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색이나 수가 반복되었다면 그러한 반복이 아동의 그림 스타일 혹은 도식일 가능성과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가졌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의미 없이 계속해서 반복된 선을 그리는 것은 기질적 손상을 의심해 보기도 하지만, 간혹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인지적 신체적, 때로는 정서적 경험을 하므로 반복적인 활동의 의미까지 확대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술치료 그림의 일반적 특성과 이해
연필을 매우 힘을 주어 눌러서 그리는 아동은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을 수 있고, 단호함이 나타나고 힘이 세며, 야망을 갖고 있거나 공격적이기도 합니다. 반면, 연하게 그린 경우는 부적절한 적응을 보이고 위축, 고립, 망설임, 소심함, 두려움, 불안정감을 나타내며, 에너지 수준이 낮고 우울증적 상태, 의지 상실의 경향이 있으며, 학교 활동에 소극적인 아동이 많습니다.
선이나 획의 특징에서 수평적 움직임을 강조하여 그린 경우는 연약함, 두려움, 자아 보호적 경향, 여자다움을 시사합니다. 수직선을 많이 강조하면 남성적인 단호함이나 경쟁력을 나타내고, 곡선은 건강한 성격이나 관습적인 것을 싫어할 수도 있으며, 직선을 강조할 때는 엄격하거나 공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긴 획은 통제된 행동과 억제를 보이고, 짧고 끊어진 획은 충동적이고 흥분을 잘하는 아동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또한, 매우 짧고 둥글며 스케치 같은 획은 불안, 불확실함, 우울증, 수줍음을 나타내며, 음영을 넣었거나 어둡게 그린 획은 불안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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