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의 개념
그동안 미술가들은 여러 가지 미술 재료를 이용하여 시각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작가와 감상자 모두에게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유익하며, 개인의 갈등을 조정하는 동시에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통해서 자아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해왔습니다. 미술은 아름다움의 표현이나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힘과 치료적 기능까지 있다는 점에서 정신의학계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려 놓은 그림이나 낙서 등의 조형 활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현재 그들의 마음 상태나 성장 발달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함축하고 있으며, 성격이나 지능 등이 그림 속에 투사되어 아동의 심리적 상태와 특성을 평가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즉 그림은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세계 공통적인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논리적인 사고와 언어적 유창성이 발달하기 이전인 11세 이하의 아동들에게 있어 그림은 자기 내면을 나타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 수단입니다. 그림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과 생각, 공상, 갈등, 걱정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지각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치료의 본질은 미술을 매개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유롭게 환자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게 하고, 그로 인해 환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며 보다 적응적인 상태로 이끌어 가는 치료 방법입니다. 미술작업을 통해서 개인의 정서적 갈등과 심리적인 증상을 완화함으로써 한 개인이 원만하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언어의 표현 능력이 부족한 아동이나 청소년의 심리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큰 장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성인 환자의 경우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적 갈등과 미래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미술치료는 인격의 성숙, 자아 성찰, 사고 또는 행동양식의 변화를 해야 하는 삶에 지친 현대인이나 고민이 많은 청소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 만성 질환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치매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는 성인 등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미술을 통해 내면의 메시지를 표현함으로써 이제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진정한 자아와 만나게 되고, 그 결과 우리의 창조성이 살아나게 됩니다. 그래서 미술치료는 깊은 내면으로의 여행과도 같습니다.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미술작업을 할 때 우리는 치유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술치료의 장점
미술치료는 예술 분야 중에서 미술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를 진단하고, 상담과 치료를 통해서 정신의 발달과 사회 적응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심리치료기법 중의 하나입니다.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서 독특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타 기법과 비교한 미술치료의 장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술은 심상의 표현이며, 우리는 심상(image)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이란 형태를 취하기 전에 ‘심상’으로 사고합니다. 즉, 아빠라는 말을 하기 전에 ‘아버지’의 심상을 떠올릴 것입니다. 삶의 초기 경험이 중요한 심상의 요소가 되며, 그 심상이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미술치료에서는 꿈이나 환상, 경험의 순수한 언어적 치료법에서처럼 말로 해석하기보다는 심상으로 그려집니다. 예술 매체는 종종 심상의 표출을 자극하는 매체를 자극하여 창조적 과정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방어인데, 우리는 어떤 다른 의사소통 양식보다 언어화시키는 작업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미술은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통제를 적게 받아 방어가 감소합니다. 가끔 창작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제작될 수 있는데 이것은 미술치료의 가장 흥미 있는 잠재성 중의 하나입니다. 예상치 않았던 인식은 가끔 내담자의 통찰, 학습, 성장으로 유도되기도 합니다.
미술작업을 시작하기 전 개인의 신체적 에너지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미술 작업을 진행하고, 토론, 감상, 정리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대체로 활기찬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체내의 에너지 정도가 변한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신체적인 운동이라기보다는 창조적 에너지의 발산이라고 해석됩니다. 미술치료는 하나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놀이와 음악과 열정이 있는 창조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의 의욕과 원동력을 되찾을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 밖에 미술치료가 마음의 건강 유지나 증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을 창조해서 그리는 그 자체가 통합이라는 치유력이 있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이제까지 억압해온 감정을 발산하고 정화할 수 있습니다. 또 말과 달리 그림을 자기 모습으로 객관적으로 나타냄으로써 자신이 부정하고 있던 감정을 깨달아 자기 통찰의 계기가 됩니다. 말은 특정한 의미만을 전달하려 하지만 그림은 몇 개의 의미를 다의적으로 나타내므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린 사람이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을 통찰함으로써 자신이 본래 갖고 있으면서 발휘하지 않았던 성장의 잠재 능력을 개발해 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료자와 그린 사람이 같은 입장에 서서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의미를 서로 이야기하며 이미지를 공유함으로써 두 사람의 인간관계를 친숙하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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