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으로 보는 의미와 해석
상징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떠한 뜻을 암시해 주거나 어떤 현상을 간단한 의미로 함축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떤 형상이 직접 나타내는 분명한 뜻 이외에 다른 것을 암시한다면 또 다른 하나의 상징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상징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연상으로 인해 좀 더 복잡한 아이디어나 시스템을 나타내는 단순화된 이미지를 말합니다. 즉,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사실과 연결하게 하는 연상작용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보증하는 하나의 표시를 말합니다. 미술이라는 도구는 그림 상징의 대표적인 예술이며, 이를 이용하여 인간은 무의식중에 물체에 심리적 중요성을 부여하고 상징으로 변형하여 표현합니다.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한 그림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나타내며,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그림에 나타난 형상들은 화가의 그림이든 일반 사람의 그림이든 그린 사람 개인은 물론이고 그 시대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림 언어의 상징성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그림이 인류 최초의 단일 언어이며, 공통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미술이 감정의 본질적 생명을 이해하려는 것이라면 작품 속에서 치료대상자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으며, 누구를 나타내려고 했는지 또 무엇이 마음속에 강하게 잠재하고 있는지 자신의 존재 여부를 그림이나 작품 속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즉 내적 세계에 숨겨져 있던 욕구, 소원, 갈등, 불안, 공포, 두려움, 콤플렉스, 충동 등을 알아내기 위해 치료사는 충분한 임상적 경험과 기술, 훈련, 가치관을 바탕으로 관찰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상징은 우리 상상력에 무한한 영향을 주고 언어를 초월하여 사고의 영역을 확장해 줍니다. 또한 인위적으로 창조될 수도 없고, 개인적인 해석도 할 수 없으며 지어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림 상징은 회화의 기본 요소인 선, 형태, 공간, 색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미술치료에 적용되는 상징은 선 상징, 형태 상징, 공간 상징, 색채상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상징들이 그림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면 그린 사람의 심리 상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선을 주로 썼는지, 어떤 색을 즐겨 쓰는지, 얼마나 많은 색깔을 사용했는지, 전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를 이루는지, 공간은 얼마나 사용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그린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술치료에서의 그림 상징은 내담자의 내적 활동과 무의식을 언어로 읽어내는 좋은 자료가 되며, 심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미술치료에서 작품을 분석할 때 어떤 상징들은 문화, 지역, 사회에서 공통성을 갖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다양한 요소들은 일반적인 상징성에 맞춰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징은 해석에서 실수를 범하기 쉽기 때문에 상징으로 무의식을 해석하고자 할 때는 여러 가지 모순되는 해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치료사는 개인의 상황과 의도에 맞춰 적절한 유연성과 융통성 있게 해석하는 능력, 치료대상자의 표현에 잠재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검은색은 대체로 어두운 심리 상태를 의미하나 당시의 유행이나 기분에 따라 검은색을 사용할 수도 있기에 검은색을 많이 썼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의 심리상태가 무겁고 어둡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치료사는 치료대상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들이 표현하는 상징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재인식하는 과정을 이해하며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징의 해석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상징이 주는 의미를 치료의 과정에 적절하게 연결해 최종적인 결론을 이루어야 하므로 하나의 특징만으로는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치료대상자 치료과정의 행동을 유의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미술치료에서 기초가 되는 선의 상징
선은 점의 움직인 흔적이며, 점의 이동에 따라 생기는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경계가 되며, 경계를 나타내는 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을 선으로 변화시키는 외부로부터의 힘은 다양합니다. 힘의 방향은 문자와 그림의 기본 요소로서 이미 원시 시대의 동굴벽화에서도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선의 형태는 직선, 곡선, 꼬불거리는 선, 강한 선, 약한 선, 모난 선, 기저선, 대각선, 끊어지는 선 등의 모든 선을 말하며, 색채와 형태, 더불어 회화의 기본을 이루고 있습니다. 선은 또한 그림에 있어서 역동성을 불러오는 요인이며 그러한 역동성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전달합니다.
아동화의 발달적 관점을 관찰하면 아동들은 그들의 최초 시각적 표현이 점과 선으로 시작됩니다. 자기 손에 의해 '움직이는 점의 현상'을 발견하면서 집중력과 에너지로 역동적 상태를 선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선의 작업은 선으로 아무렇게나 끄적거린 그림인 ‘난화’로 유아기에 오랫동안 유지되고 변화하면서 그림의 바탕을 이룹니다. 그림의 형태를 파악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선에 대한 연습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것을 아동의 교육에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선은 모든 대상이 그린 그림의 의미를 읽는 중요한 도구로서 운동성, 목적과 방향성, 활기와 허약함, 자극성, 역동성 등 선이 나타나는 힘, 속도, 방향, 강약, 율동성 등에 의해 선이 주는 의미와 해석이 달라집니다. 또한 사람의 심리적 상태와 신체적 상태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림에서 선이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는 중요합니다. 선의 형태에 따른 상징적 의미와 심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각선은 넘치는 에너지와 역동성을 의미하고, 수직선은 조용한 침착성을 의미합니다. 수평선은 고요함, 편안함, 모성적인 에너지를 의미하며, 물결선은 감각적인 민감성을 나타냅니다. 강한 선은 내면에 영향을 미치는 창조적인 힘을 상징하는 반면, 가는 선은 의지가 약하고 내면의 힘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엉킨 선은 정제되지 않는 강한 본능과 흥분을 표현하며, 격렬한 선에서는 난폭함을 볼 수 있습니다. 찌르는 듯한 선이나 구멍을 내는 선은 지나치게 골똘히 생각하는 성격이나 강하고 몰인정한 성격에서 많이 보여지며, 막힘이 있는 선은 본능 억제가 강함을 의미합니다. 한 번에 긋지 않고 끊어지거나 여러 번 그은 선은 불안을 나타냅니다. 목적의식이 분명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무시하거나 넘어가려는 심리적 특성과 예민함의 결여는 거침없는 선에서 발견할 수 있고, 내면에 영향을 미치는 강렬함과 독창적이고 창의적 힘의 강함은 필압이 강한 선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선이 묵직할 때는 묵직한 부분에 있어서 무겁거나 중요함을 표현하며, 더듬거리는 선은 불확실하고 불안전하며 예민, 민감, 감정 억제 등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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