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미술치료는 내담자의 문제가 내담자 자신의 문제이기보다는 전 가족의 문제라는 전제하에 가족 전체를 치료에 오게 하여 전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입니다. 가족 미술치료사는 개인이나 집단의 형태보다 가족이 오게 되면 더 빠른 변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변화의 지속시간이 길다는 전제하에서 가족 미술치료를 실시하게 됩니다.
가족 미술치료의 개념
가족 미술치료는 다른 치료법과는 달리 가족 전원이 동시에 참여하여 언어를 개입시키지 않고 표현행동으로 미술 과제를 수행케 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즉, 참가자에게 언어에 의한 표현이 강렬하게 나타나지 않도록 가족 간의 양면적 감정으로 혼란한 상태에 서서히 직면하도록 하는 통찰이 빠른 방법입니다. 가족의 미술작업은 집단의 초자아 방어나 통제를 줄이고,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상징적인 이미지에 의해서 무의식적 감정을 표현시킨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동도 참가할 수 있고, 치료자도 함께 참가하여 직접 가족 내의 갈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술 치료과제들은 가족치료의 다양한 측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의 초기경험을 해결하고 원가족을 탐색할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생활사를 조사하고, 전의식적인 것들을 표면화시키며, 방어를 감소시키고, 통찰력을 얻고 정서적 경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심리적 거리를 관찰하고, 역기능적 행동 형태를 지적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가족 구성원의 분화, 부모 됨과 문제해결 능력의 향상, 고통스럽거나 슬픈 일을 해결하는 것 등입니다. 미술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술치료에 대한 치료자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 미술치료에 있어서 미술작업이 가지는 치료적 가치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합니다. 미술 과정은 가족 문제의 진단을 돕고 상호작용의 증진과 리허설의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무의식적 의사소통과 의식적인 의사소통을 표출해 내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과 자신의 미술작업이 서로 관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배우기 때문에 은유적인 가족 청사진 개념이 치료의 시작에서부터 쓰이게 됩니다. 이러한 치료의 개념은 가족치료에 필요한 긍정적 전이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히 효율적입니다.
가족 미술치료의 장점
가족 미술치료는 개인치료나 개인 미술치료와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치료는 오랜 기간에 걸친 성격 탐색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것인데 비해 가족치료는 전 가족이 치료의 대상이 되므로 개인치료보다 단기간 실시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전체 가족이 변화되는 결과를 가져오며 변화가 지속됩니다. 즉, 개인과 모든 가족원이 변화하면서 역동적인 변화가 계속 상승작용을 하므로 관계 개선이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치료는 체계이론에 따라 관계와 관계 문제에 관심을 두고 개인치료와는 대조되는 과정과 철학을 지닙니다. 미술 과제를 실시하였을 때, 언어적인 것보다 저항이 적고, 다른 언어적 상담보다 결과물에 대한 가족의 이해와 수용이 빠르기 때문에 각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자신에 대한 탐색이 깊게 이루어집니다. 더불어 가족 미술치료 상황에서 있었던 결과물을 통한 탐색과 이해가 오래 지속됩니다.
가족 미술치료자의 역할
가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특히 가족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기능변화, 가족의 유형, 가족원 간의 역할, 가족법에 대한 이해, 변화하고 있는 가족 가치관, 최근 사회적 변화에 따른 한국 가족의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한국 가족의 변화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의 변화는 가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국 가족은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더불어 진행된 가족 외형상의 변화와 함께 가족 가치관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혈연중심의 부계가족 중심 가치관에서 자유, 평등에 입각한 민주주의 가치관으로 바뀌었지만, 기존 가치관 위에 덧씌운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서구의 가족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녀가 결혼하여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고 자녀의 출산으로 가족이 확대되며, 그 자녀들이 성장한 후 결혼하여 독립하게 되면서 가족은 축소하기 시작하고, 노부부가 사망함으로써 소멸하게 되는 가족의 변화과정을 가족생활주기라고 합니다. 이러한 가족생활주기에 대한 이해는 개인적 측면에서는 자기 삶을 계획해 볼 수 있으며, 가족적 측면에서는 가족의 계속된 발달과 변화에 따른 발달과업을 준비하고 잠재된 문제와 취약점 등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한국의 가족생활주기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 가족생활의 주된 역할이 자녀의 출산이나 양육 중심에서 자녀의 교육과 부부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 직계가족이 부부 중심의 핵가족으로 변모하면서, 모든 자녀를 출가시킨 후 부부만의 중 ·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문제와 배우자의 사망 후 혼자서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가족생활주기의 변화와 관련된 중요한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가치와 가족의 성향을 알고 이해하면 할수록 치료자들은 내담자와 문제를 더욱 잘 이해하고 효율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인보다는 가족 중심으로 목적을 설정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 가족이 가족 중심적이며, 가족 집단에 소속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함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부모나 가족의 의사를 확인한 후 자기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표를 가족 중심으로 설정할 경우에 목표 성취과정에 가족들은 매우 협조적이기 때문에 치료과정이 좀 더 용이하게 진행될 수 있고, 치료목표가 부부 자신보다 자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치료적 접근이 용이합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체면'을 활용합니다. 한국인 중에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신뢰를 받고 존경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많은 경우 치료자가 남편이나 아버지의 역할 수행에 대하여 인정과 칭찬을 하고,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가족과 자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관하여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면 그들은 치료자들을 신뢰하기 시작하고 문제해결에 협조하게 됩니다. 치료자들이 내담자에게 문제해결 메시지와 과제를 만들어 주는 방법은 내담자가 가족치료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 과거의 노력을 인정하고 성공적인 경험을 칭찬하며 가족 치료과정에서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치료자뿐 아니라 내담자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내담자는 변화를 원하지만, 처음에는 변화를 쉽게 수용하지 않고 변화에 관하여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자가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치료자가 내담자의 겸손한 태도와 내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파악한 이후 변화에 대하여 인정과 칭찬을 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가족 미술치료에서 치료받는 가족들이 그린 미술 작품들은 평가의 도구로서, 새로운 의사소통 양식과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치료에서 그 가족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견해를 탐색하는 것은, 내담자 가족이 자신들의 사회적 현상에 관한 지식을 어떻게 구성했고, 어떻게 그들만의 언어를 개발했고, 또 어떻게 성역할 이슈에 대한 태도를 형성했는가, 어떤 가족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등을 치료사가 조사하도록 장려합니다. 가족 미술치료자는 가족이 하나의 대상을 함께 만들어 내기 위해 몰두해 있을 때, 치료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솜씨를 발휘하는 동안에 드러나는 미묘함과 섬세함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을 통해서 표현되는 메시지와 감추어진 메시지를 끊임없이 파악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족의 역기능은 미술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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